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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도 | 호텔 |
| 위치 | 태안군 태안읍 + |
| 면적 | 1414 ㎡ |
| 규모 | 지하1층 지상 4층 |
| 기간 | 2024. 03 - 2024. 08 |
| 협력 | 일맥구조 서울상사 진우디자인 |
| 발주 | 캐시미르 |
| 시공 | 공정도가 |
| 사진 | 드로잉웍스 ⓒ |
| 진행 | 준공 |
노후화된 모텔에서 현대적 휴식처로의 전환
건축이란 단순히 낡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는 행위를 넘어, 그 장소가 지닌 본질을 다시 탐구하고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캐시미르 호텔 프로젝트는 한때 기능을 다한 채 쇠락해 가던 모텔을 현대적 감각의 휴식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공간이 지닌 기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실험이었다. 건축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탐구였다.
변화의 출발점은 입면에서 시작되었다. 도로를 면한 전면부에는 세로형 알루미늄 루버를 배치해 수직적 리듬을 강조하고, 기존의 단조로운 입면에서 벗어나 보다 유려한 곡선을 가미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조형을 위한 변화가 아니다. 루버는 빛과 바람의 흐름을 조절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채로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이 표정은 호텔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한 입체적 구성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후면 공간의 전략적 활용
건물의 전면이 도시를 향하고 있다면, 후면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입지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던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후면에 배치된 인피니티 풀은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니라, 실내와 실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투숙객들은 객실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물과 하늘이 맞닿은 듯한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개방감을 넘어, 자연을 더욱 밀도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이러한 전략적 개방은 호텔을 단순한 숙박 시설에서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능적인 공간 재배치만이 아니라, 건축적 요소가 감각적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입면의 루버가 빛과 그림자를 조율하며 리듬감을 부여하는 한편, 후면의 개방된 공간은 물리적 편의를 넘어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각각의 건축적 요소는 개별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투숙객이 공간을 경험하는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의도되었다.
숙박과 부대시설의 조화로운 분리
내부 객실은 기존의 칸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객실 수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큰 변화를 주지 않았으며, 대신 인테리어 마감만 변경하여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였다. 그러나 로비 공간은 논밭의 풍경을 직관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으며, 지하 1층의 라운지 바는 인피니티 풀장의 레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하여 별도의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이를 통해 숙박과 부대시설의 동선이 분리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였다.
또한, 외부에는 별동으로 지은 '카페 남산'이 위치하여 조식과 커피를 제공한다. 이는 대지 전체를 고루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일반적인 소형 호텔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조닝을 구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캐시미르 호텔은 단순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는 도시와 자연이 맞닿는 경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휴식의 방식을 제안하는 공간적 실험이었다. 건축은 단순한 형태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경험의 장으로 확장된다.